{"title":"4.19 혁명의 재현과 여성 시민권의 창출 -박경리와 손장순의 장편소설을 중점으로","authors":"김일영","doi":"10.35419/KMLIT.2019..68.001","DOIUrl":null,"url":null,"abstract":"1960년대의 문학사가 ‘지식인’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던 4·19세대 젊은 남성 작가들과 단편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여성 작가의 장편들은 예외적인 자리에 놓이며 누락되어왔다. 하지만 정치와 젠더의 자리가 교차되는 박경리의 『노을 진 들녘』과 손장순의 『한국인』에서 4·19혁명이 여성의 시민권을 새롭게 창출해내는 방식을 읽어내는 일은 한국문학사에서 ‘여성주의적 특수성’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던 지점을 허무는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n박경리의 장편 『노을 진 들녘』에서 4·19 혁명의 의미는 주실과 같이 문명 바깥의 무지에 방치된 채 운명의 굴레에 얽매어있던 존재를 발견하고, 이 ‘구성적 외부’로서의 여성 시민권을 지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계몽과 학습을 시도하는 남성 앞에서 주실의 야생성이 끝내 어디에도 예속되거나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은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길들여지지 않는 주실을 통해 박경리는 사회 안에서 여성 시민권의 한계를 직시하는 동시에 자유롭고 평등할 수 있는 다른 위반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n손장순의 장편 『한국인』에서 한국 사회의 모든 부패와 냉소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것은 4·19 혁명의 의미에 대한 망각이다. 소설은 시민권의 문제가 비단 여성에게만 결별과 투쟁으로 획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경제적으로 속박된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맥락 아래서 한국남성에게도 역시 새로 획득되어야 하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이때 여성시민권은 한국의 취약한 경제적 주권을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이라는 커다란 틀로 묶인 채, 여성 시민권은 남성 시민권의 획득과 협력적 긴장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해내는 것이다.\n여성 시민권은 당시 4·19 혁명의 효력이 발휘되어야 했지만 미완으로 남았던 표지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당시 여성 작가들이 뜨거운 열망을 담은 채 던졌던 질문과 해석을 살피는 작업은 2010년대 후반 현재의 국면에 있어서도 여성문학이 나아갈 바를 재정립하는 데 있어 유용한 참조점을 던져준다.","PeriodicalId":187029,"journal":{"name":"Journal of Korean Modern Literature","volume":"32 1","pages":"0"},"PeriodicalIF":0.0000,"publicationDate":"2019-06-01","publicationTypes":"Journal Article","fieldsOfStudy":null,"isOpenAccess":false,"openAccessPdf":"","citationCount":"0","resultStr":null,"platform":"Semanticscholar","paperid":null,"PeriodicalName":"Journal of Korean Modern Literature","FirstCategoryId":"1085","ListUrlMain":"https://doi.org/10.35419/KMLIT.2019..68.001","RegionNum":0,"RegionCategory":null,"ArticlePicture":[],"TitleCN":null,"AbstractTextCN":null,"PMCID":null,"EPubDate":"","PubModel":"","JCR":"","JCRName":"","Score":null,"Tota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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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1960년대의 문학사가 ‘지식인’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던 4·19세대 젊은 남성 작가들과 단편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여성 작가의 장편들은 예외적인 자리에 놓이며 누락되어왔다. 하지만 정치와 젠더의 자리가 교차되는 박경리의 『노을 진 들녘』과 손장순의 『한국인』에서 4·19혁명이 여성의 시민권을 새롭게 창출해내는 방식을 읽어내는 일은 한국문학사에서 ‘여성주의적 특수성’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던 지점을 허무는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
박경리의 장편 『노을 진 들녘』에서 4·19 혁명의 의미는 주실과 같이 문명 바깥의 무지에 방치된 채 운명의 굴레에 얽매어있던 존재를 발견하고, 이 ‘구성적 외부’로서의 여성 시민권을 지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계몽과 학습을 시도하는 남성 앞에서 주실의 야생성이 끝내 어디에도 예속되거나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은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길들여지지 않는 주실을 통해 박경리는 사회 안에서 여성 시민권의 한계를 직시하는 동시에 자유롭고 평등할 수 있는 다른 위반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손장순의 장편 『한국인』에서 한국 사회의 모든 부패와 냉소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것은 4·19 혁명의 의미에 대한 망각이다. 소설은 시민권의 문제가 비단 여성에게만 결별과 투쟁으로 획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경제적으로 속박된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맥락 아래서 한국남성에게도 역시 새로 획득되어야 하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이때 여성시민권은 한국의 취약한 경제적 주권을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이라는 커다란 틀로 묶인 채, 여성 시민권은 남성 시민권의 획득과 협력적 긴장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해내는 것이다.
여성 시민권은 당시 4·19 혁명의 효력이 발휘되어야 했지만 미완으로 남았던 표지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당시 여성 작가들이 뜨거운 열망을 담은 채 던졌던 질문과 해석을 살피는 작업은 2010년대 후반 현재의 국면에 있어서도 여성문학이 나아갈 바를 재정립하는 데 있어 유용한 참조점을 던져준다.